오늘은 내 일상을 적는다. 내일은 월요일 나는 입원 준비를 했다. 헤아릴 수 없이 여행 가방을 싸본 나로서 오늘 싼 작은 가방은 정말 무거운 가방이다. 기내용 작은 가방에 입원 준비를 차곡차곡 내일 아침에 넣은 후 오후 1시 30분까지 병원을 가야 한다. 2박 3일 입원 목적은 첫 항암 치료. 내가 준비한 것은 슬리퍼, 휴지, 물티슈, 여행용 샴푸세트, 카디건, 양말, 노트북, 가글을 하기 위한 식용소다, 텀블러, 입원 보호자 확인서, 두건, 세수수건 등이다. 가방이 무겁지 않으나, 마음이 너무 무겁다. 항암을 두 번 정도 하면 머리카락이 다 빠진다 했다. 그것이 제일 무섭다. 항암은 부작용이 없을지!?? 지금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. 그냥 이겨내고 싶어서 '난 할 수 있어'라는 노래를 하루 종일 부르며 입원 전 세라모니를 위해 왔던 친구가 멋진 점심을 사주고 갔다. 나는 많은 말을 하며 농담 아닌 진담을 웃으며 말했다. '3.5기 내 상태, 의사들이 4기라는 말을 잘 쓰지 않나 봐.. 림프 전위가 됐다네... 3주에 한 번씩 8번에 항암을 한 후 수술을 한데, 나는 만약에 머리로 전위가 됐다면 포기하려고....' 친구는 '그런데 왜 울지 않아??' '이 바보야!! 울어서 해결이 되니??' 늦은 봄날은 그렇게 흘러 같다. 작은 사찰을 구경한 후 우리는 헤어졌다. 나는 아무 생각도 없다. 진단을 받은 후로부터 나는 모든 생각이 멈췄다.
어떤 싸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. 나는 하늘과 싸워야 한다. 오는 데로 받아들이기,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나를 바라보기, 우울해하지 말기 이 정도를 생각 중이나 지금은 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많이 답답하다. 그래서 아마도 당분간은 내 마음 상태 몸 상태를 간간히 블로그에 적어 보려고 한다.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여행에 대한 책을 만들기로 하며 시작했었는데, 이제는 그것을 할 수 있을까? 하는 생각이 전부다. 보통 암은 잠복기가 10년 정도라 한다. 나는 했던 일을 실패했을 때 죽을 만큼 힘들어서 그 스트레스가 지금 나타난 건가?? 참 많은 생각을 한다. 어쩜 책을 쓴다면 제목은 바뀔 수 있다. '가정폭력 피해자 세계 떠돌이 되다' 이걸로...
뭐 다시 한번 싸워 봐야지!!!?? 방법이 없으니.... 봄이 지난 간다. 내 서러움도 봄과 함께 지나가기를 바란다. 그리고 뼈 저린 두려움이 오고 있는 밤이다. 나에게 없는 기술,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있는 힘이 없다. 약속을 했으니, 또 혼자 작은 가방과 함께 병원이 있는 언덕을 올라가겠지? 이 밤이 지나면....... 이 병 앞에서 나는 무엇을 배울까? 배울 것이 있다면 내 희망 사항이겠지만, '용서'라는 것과 '받아들임'이라는 것을 배우고 싶다. 내일은 또다시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 상태로 내가 돌아가겠지??? 2박 3일 병원으로 떠나는 여행.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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